개혁 방안
국민연금 개혁은 최우선 순위의 국가적 과제인만큼, 다양한 개혁 방안들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혁안들은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혁파하는 것이 아닌, 납입율과 소득대체율 등의 ‘모수’를 조정하는 방식, 혹은 연급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한국 출산율이 2.0에 육박했을 때 발행된 정책이고, 초고령 사회와 출산율 0.6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는 국민연금에 구조적 결함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개혁안과 현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한 연금 개혁안, 그리고 그 두 사이의 절충안인 저희 NPReform의 ‘소프트 트랜지션’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KDI 신 연금 개혁안
완전 적립식, 신 연금
현행 제도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현 국민연금 제도는 지금 한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제도입니다. 당시엔 노인 인구가 적고 당시 최소 60만에서 80만에 달하는 출생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은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에, 출산율은 0.6에 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DI에선 현 연금 구조 자체를 벗어나는 ‘기대수익비 1’의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도 도입방안’을 제안합니다.
완전적립식 연금이란, 먼저 연금을 지급한 뒤 아래 세대에서 연금을 걷는 것이 아닌 특정 세대의 보험료로만 그 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각자 세대가 낸 만큼 받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이 적립식 연금이 현재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데 가장 탁월한 성과를 보입니다.



장기적 지속가능성
적립식 신 연금 (파란색), 현 연금 제도 (주황색), 연금 납입료 두 배 인상 (노란색)의 시나리오를 비교했을 때, 지금 개혁할 경우 신 연금은 가장 낮은 15.5%의 납입율만으로 현 40%의 소득 대체율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 신 연금을 새로 만들면서 기존 연금에서 지급이 약속되었지만 아직 적립되지 않은 609조원의 부채는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고, 새 연금으로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이 개혁에 소모되는 재정은 매년 50조원 이상 증가하므로, 최단기간에 이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또한, 이 연금도 자기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는 지금의 장점을 상당 부분 계승하는데, 그 이유는 국민연금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에 더해 사망자가 낸 연금이 생존자에게로 재분배되기 때문입니다. 세대 별로 연금 계정이 분리되고, 그 세대의 나이가 많아질 수록 사망자도 많아지기에 결국 수급자들은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일정 수준의 소득 재분배 또한 이룰 수 있습니다.
KDI 개혁안 요약
신 연금 수립
특정 시점에서 구 연금 제도 정지, 이전과 완전히 분리된 새 연금 신설
정부의 충당 부채 보증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2024년 2월 기준 609조원 내외, 매년 50조 이상 상승)은 일반재정이 보증
기대수익비 1로 고정
완전 적립 방식을 통해 단 15.5%의 보험료로 장기 소득대체율 40% 보증, 낸 만큼 돌려받는 구조
윤석열 정부 개혁안
새 연금법 개정안
정부는 2025년 3월 20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새 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진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 제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통해 연금 재정을 안정화하고, 출산과 군 복무에 대한 크레딧 확대와 저소득층 지원 강화,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등으로 국민들의 노후소득과 제도 신뢰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점진적인 개혁
현행 제도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한국의 국민연금은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급격한 구조개혁은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힐 확률이 큰 만큼, 여야는 2025년 3월 덜 급진적인 모수조정 위주의 개혁안에 합의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18년 만에 이뤄낸 실질적인 진전이지만, 인구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는 모수조정만으로는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지속가능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개혁안의 골자
2025년 3월 통과된 개혁안은 크게 두 가지 변화를 골자로 합니다. 가장 큰 부분은 보험료율의 인상으로, 현행 9%에서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전 세대에 동일한 속도로 인상되어 2033년 13%에 도달합니다. 당초 논의 과정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연령별로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검토되었으나, 최종안에서는 전 세대에 동일한 인상 속도가 적용되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소득대체율도 2026년부터 41.5%에서 43%로 즉시 상향 조정됩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4.5% 안팎인 연 기금운용수익률을 5.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수익은 성격상 예측이 어려운 만큼, 이 목표가 실제로 달성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논의 과정에서는 재정·인구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그러나 여야는 이 부분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못한 채 향후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자동조정장치처럼 제도의 틀 자체를 바꾸는 논의가 뒤로 미뤄졌다는 점은, 이번 개혁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아니라 여전히 모수조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치와 현실의 상충
이번 개혁은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구조개혁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정치적 동력으로도 통과될 수 있었던,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실제로 여야는 2025년 3월 합의에 이르렀고,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라는 수치를 조정한 모수개혁일 뿐,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한국 인구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은 되지 못합니다. 이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늦춰졌지만 소진 자체를 막지는 못했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같은 구조적 논의는 다시 다음 과제로 미뤄졌습니다. 결국 지금의 개혁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정거장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